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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이언트, 백스텝의 향연


백스텝은 rpg게임에서 로그란 직업의 대표적인 기술로 뒤치기를 의미한다. 

이번주 월화드라마 관심의 포인트는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구미호의 종방후에도 그 시청자층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는가가 주목됐지만 결과는 6퍼센트 내외로 성적이 아주 나쁘고 그로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쪽은 동이인듯하다. 자이언트가 시청률이 정체되었다면 동이는 구미호에서 이탈한 시청자들을 상당 흡수했다. 한때 동이를 역전했을때의 자이언트 시청률이 22.9(닐슨)였고 어제 시청률이 23.1이었다. 그때와 지금 별 차이가 없다. 

풀린 유동층을 끌어들이는데 실패한 이유는 강모의 부활 이후 늘어진 전개로 힘이 떨어졌던것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러브라인. 우주커플의 러브라인은 감정이입이 안되면서 몰입을 방해했다. 황정음은 배우로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콧소리와 혀짧은 소리를 고치지 않으면 결국엔 시트콤말고는 불러주는곳이 없게 될것이다. 조연우의 엄마가 미주와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 땐 오히려 기쁠 정도였다. 

늘어진 호흡을 가다듬은 자이언트가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는듯하다. 러브라인 분량이 줄고 캐릭터들간에 두뇌싸움 그리고 뒤치기의 향연이 펼쳐지며 특유의 박진감이 살아나고 있다. 반목과 갈등이 숨돌릴 틈 없이 오가며 재미가 오르고 있다.

황태섭의 부인은 유언장을 날조해 정연의 뒤를 치고, 그것을 돕는 고문변호사는 조필연이 조종하고 있다. 황정연은 강모의 뒤를 노리는데 여념이 없고, 그런 정연의 뒤를 치고 있는건 조연우다. 황정연은 물량광고로 한강건설의 광고를 묻어버리고 조연우는 황정연을 끌어내리기위해 공사장에서 출토된 유물을 숨긴다. 강모와 성모는 만보건설과 조필연의 뒤를 노리고, 조필연은 황정연의 뒤를 치기 위해 강모의 건축승인을 돕는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걸쳐있지만 어느것 하나 쳐지는 쪽이 없는 마치 최고급 뷔페처럼 모든 라인이 다 맛이 있다.

초기 발표되었던 시놉대로라면 황정연은 만보건설을 잃고난뒤 친엄마의 백업을 받으며 사채업계의 큰 손으로 성장할것이다. 미주는 조연우에게 버려지고 조연우의 아이를 낳는것으로 되어 있고 성모는 조연우에게 총을 맞고 기억상실의 폐인이 되는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나 비극으로 향하는 흐름에 크게 변화를 주진 않을거 같다. 결국 완전한 승리자는 아무도 없는 여운남는 결말이 되지않을까.

거짓말과 배신, 협박과 거래.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친구가 되고, 적의 적은 친구가 되고, 자이언트는 권력과 부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얽히고 설킨 암투를 통해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이러니한건 강모를 응원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조필연의 카리스마에 매료되고 있는 내 자신이다. 이들의 비정한 욕망쟁투를 지켜보며 내 마음속 어딘가 암약하고 있는 탐욕과 비양심, 부도덕이 은근슬쩍 해방되는 쾌감이라고 할까? 결코 막장만은 아닌 어쩌면 이것이 진짜 현실일런지도 모른다고 자위해보지만..